[2014] 인문학, 도래할 시민법을 상상하다1


인문학, 도래할 시민법을 상상하다1
‘시민의’ 법은 어떻게 가능한가. 시민적 삶과 법의 실제는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시민적 자유를 이념적·실제적으로 보호하는 법, 정의를 담보하는 법, 시민적 덕성과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현실태로서 법의 출현과 집행은 가능한가. 나아가 현존하는 정치공동체의 이념을 넘어서, 미래에 도래할 자유롭고 건강한 시민공동체의 법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 강좌는 역사적으로 존재해 온 ‘시민’의 개념과… 도래할 ‘시민’에 대한 새로운 개념 규정을 염두에 두면서, 정치의 자율성을 질식시키는 법만능주의, 법과잉과 법폭력이 자유로운 시민적 삶의 출현을 여전히 제약하는 일이 많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인간성에 대한 통찰을 통해 공동체 삶에 대한 반성과 전망을 모색해온 인문적 관점에서 ‘시민법’의 미래에 대한 영감을 얻고 그 화두를 제시해 보려고 한다.
시민행성 생각학교의 2014년 연간 연속기획으로 이루어지는 이 강좌는 법철학(양운덕)·정치학(김정한)·역사학(최호근)·문학(함돈균) 네 분야의 강사가 참여하여 이와 관련한 인문학적 질문으로 시작한다.
1강(6/24) 시민의 실종 – 나치 범죄와 독일 시민사회의 책임 (최호근:서양사)
유대인과 슬라브인 대량학살로 끝난 나치 범죄는 국가만의 범죄가 아니었다. 몇 사람의 광신적 이데올로기가 미증유의 범죄로 커가는 동안 독일인은 수수방관했고, 동조했고, 참여했고, 마침내 살인의 집행인이 되었다. 본회퍼 목사나 슈타우펜베르크 백작처럼 체제에 저항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기에, 나치 범죄는 곧 독일 시민사회의 책임이었다. 독일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시민의 최소책임과 최대책임에 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2강(7/1) 시민의 귀환 – 과거사 대면과 독일 시민사회의 성숙 (최호근:서양사)
1945년 5월 8일 나치체제의 패망과 더불어 독일인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나치 범죄를 몇몇 최고 책임자의 책임으로 돌리며 희생자를 자처했던 그들은 수많은 논쟁과 국론분열을 겪으면서 국가의 범죄가 곧 자신들의 범죄임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베를린 시내 한복판에 세워진 홀로코스트 상기기념물은 그 고백의 표현이었다. 과거사에 대한 비판적 극복은 잃어버린 시민의식의 회복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은 왜 독일의 경험을 꼭 일본을 비판할 때만 활용하는 것일까? 이 강의에서는 비판적 자기성찰과 시민사회의 성숙이 우리 한국사회의 미래에 가져다 줄 축복에 관해 토론하고자 한다.
3강(7/8) 인권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 공화주의와 인권의 정당화: 자유 국가와 복지 국가 사이에서 (양운덕:법철학) 
근대 인권의 내용을 자유권과 사회적 청구권으로 파악할 때 자유주의 국가와 복지 국가, 시민사회와 국가의 분리와 간극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어떤 사고가 필요한가? 이를 위해서 보편적 인권을 정당화하는 새로운 인권사고와 근대적 인권을 구현하려는 공화주의(루소의 사회계약론)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4강(7/15) 예외 상태, 법 없는 법의 힘 (양운덕:법철학)
권위적인 통치 방식은 정상적인 법 상태보다는 ‘예외 상태’, 법을 대신하는 명령으로 지배하는 ‘법 없는 법’의 상태를 선호한다. 예외상태를 선포하고 법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주권자는 누구를 추방하고 배제하는가? 그들은 어떤 점에서 ‘희생당하는 인간’이고 법적 권리 없이 배제되면서 동시에 포획되는가? (다양한 수용소처럼) 왜 예외 상태가 정상적인 법적, 정치적 질서의 핵심에 자리 잡는가?
5강(7/22) 정치의 사법화와 ‘시민적인 것’으로서의 민주주의 (김정한:정치학)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는 정치적인 사안들을 사법부의 판결로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사법부를 견제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는 가운데 법과 시민권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있다. 법의 민주화, 법을 시민의 통제 하에 두는 공동체 권력의 정초는 어떻게 가능한가.
6강(7/29) 충돌하는 두 개의 법폭력, 국가폭력과 시민불복종 (김정한:정치학)
시민을 위한 법, 시민의 법은 하나의 이상이다. 그러나 국가의 속성은 법을 시민의 힘과 분리하여 관성적인 시스템 속으로 복속하려 하고, 여기에서 시민적인 것과 국가적인 것의 분리와 긴장, 물리적 제도로서의 국가폭력이 주권자로서의 시민 위에 군림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여기에서 법의 폭력은 국가폭력과 구분되지 않는다. 그에 맞서는 ‘최후의’ 방편 중 하나가 현행법을 넘어서는 ‘시민불복종’이다. 현행법과 맞섬으로써 새로운 시민법을 세우려는 시민불복종 운동의 현대적 의의가 도래할 시민공동체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함께 사유해보려 한다.
7강(8/05) 산 자의 법과 죽은 자의 법, 시인의 법은 시민의 법과 같은가 (함돈균:문학) 
– 소포클레스「안티고네」에 나타난 법과 문학적 정의의 문제
시민적인 것’은 국가이념과 충돌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추종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차원에서 오히려 법은 특정한 시민적 에토스의 현실태이기도 하다. 법은 시민적 삶을 일방적으로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적 토대를 시민공동체에 둘 수 있다. 이 법-시민공동체는 산자의 세계다. 이런 점에서 「안티고네」에서 ‘신의 법’은 단지 임금의 법이 아니라, 산자들로 이루어진 시민공동체와 대립한다. 헤겔의 해석과는 달리 안티고네가 따르는 ‘신의 법-죽은 자의 법’은 고대세계의 한 표식이 아니라 아직 도래하지 않은 공동체에 대한 영원한 약속이다.
8강(8/12) 율법, 사도의 법, 시인의 법 (함돈균:문학)
헤브라이즘의 율법은 법의 의무와 거기에서 동시에 파생되는 권리를 ‘선택받은 시민’이라는 특수성의 표지에서 찾는다. 구약시대의 예언자와 달리 바울로 상징되는 기독교의 ‘사도’는 메시아적인 법을 율법적 특수성과 무관한 것으로 이해한다. 기적에 의지하지도, 미신적인 것에 의지하지도 않으면서 특수성과 차이를 가로지르는 ‘사도의 법’은 보편성의 사건을 문학적으로 육화하는 시인의 영감과 다르지 않다. ‘도래할 시민법’에 대한 순간적인 영감을 여기에서 얻어 볼 수는 없을까.
6월24일~8월 12일 / 매주 화 19:00~21:00